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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스토이 in 상하이] “너 T야?”

[2023-10-21, 07:12:02] 상하이저널
MBTI성격유형의 유행이 한창이다. 반짝하고 사라질 줄 알았는데 꽤나 오랫동안 통용되고 있다. 혈액형이나 별자리보다도 더 세분화되어 있어서인지 요즘사람이라고 일컬어지는 MZ세대들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MBTI를 먼저 묻는다고 한다. 

MBTI 또는 마이어스-브릭스(Myers-Briggs) 유형지표는 개인이 쉽게 응답할 수 있는 자기 보고서 문항을 통해 인식하고 판단할 때의 자신이 선호하는 경향을 찾고, 그것이 인간의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여 실생활에 응용할 수 있도록 제작된 심리 검사이다. 내향성 또는 외향성, 감각 또는 직관, 사고 또는 느낌, 판단 또는 지각의 네 가지 범주에 대한 검사의 결과를 통해 각각의 항목마다 상대적인 성격유형을 지정하게 된다. 

나의 ‘현재’의 MBTI는 INFJ(옹호적인 성격)이다. 내향적이고 직관적이며 관계를 중요시하는 계획적인 인간형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몇 해 동안 같은 결과를 보이고, 그 성향에 대한 설명이 나의 성격을 잘 대변하고 있는 것 같아 MBTI 결과를 꽤나 신뢰하게 되었다.

내 딸들에게 엄마는 “F”가 아닌 “T”인 것 같다는 소리를 많이 들으면서도, 나는 감성적이고 공감에 뛰어나다며 반박해 왔었다. 그러나, 최근 집 정리 중 발견하게 된 대학시절의 MBTI 검사결과를 보며 너무나도 놀랐다. 왜냐하면, 그 결과는 지금의 결과와 완전히 반대였었기 때문이다. 25년전 나는 ESTJ(경영자적 성격)이었다. 4개의 알파벳 중 3개가 지금과는 달랐던 그때의 나는 지금보다 더 현실적이고 조직적이었던 것 같다. 결혼 후 아내의 역할, 엄마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다른 이에게 나를 이해시키기 보다는 남편을 또 아이들을 이해하고 공감하려고 했던 노력들이 내 성격유형을 변화시켰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상황이나 주어진 역할이 나를 변화시키고 그 속에서 본성의 나와 역할을 감당하기 위한 나, 그리고 세상을 살아가기에 덜 힘든 나로 스스로를 길들여가면서 우리는 각자의 태생과는 다른 또 다른 나를 만들어가는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본성을 버리지는 못할 것이다. 다만, 인간관계를 갖다 보면 아니 겪다 보면 나의 모난 부분을 깎고 다듬기 마련이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깎여진 모서리가 순식간에 불쑥 튀어나오기 일수이기 때문이다. 

요즘 유행하는 “너T야?”라는 말은 현실감 넘치는 성향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려는 의도가 섞여 있다. 하지만, T의 성향이 나쁘고 F성향이 좋은 것은 절대 아니다. 사람마다 각자의 성향이 있고 경험치가 다르고 또 생각의 경로도 다르기 때문에 같은 사건에 대한 반응은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 현실적이고 이성적으로 생각한다고 나쁜 것도 아니고 감성적이고 공감적인 성향이 세상살이에 도움이 안 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인간의 성격유형을 16가지로 대변할 수는 없지만 MBTI유형은 단순한 재미를 넘어서 다양한 인간상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된다. 단, 다름을 비판하지 않고 인정해야 할 것이다.
 
에리제를 위하여(khe30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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