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에 처음 와서 가장 편했던 것은 택시를 쉽게 부를 수 있고 가격도 저렴하다는 것이었다. 7년전 상하이에 처음 오기 전만해도 한국에서는 택시를 탈 때 도로에서 '빈 차>라는 표시등이 켜진 택시를 찾아서 손을 흔들며 잡아야 했기에 이곳에서 집 앞까지 나를 태우러 와주는 서비스가 마냥 신기하고 좋기만 했다. 하지만 한국에서 항상 운전을 해 왔던 습관이 있었던 지라 가장 불편했던 것 역시 운전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아이들이 어렸기에 택시보다는 바로 자차가 그리운 상황이 많았고 가까운 상하이 근교에 여행을 가더라도 차가 없는 상황이 아쉬울 때가 많았다. 그래도 점점 차가 없는 생활에 익숙해졌고 도로에서 오토바이와 자전거와 뒤섞여서 지나가는 차를 볼 때마다 상하이에서 운전을 하지 않음이 오히려 다행이다 싶을 때가 많았다.
상하이 에서의 생활 6년이 지나갈 때쯤, 나에게 상하이에서 운전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고 며칠 고민 끝에 난 용기내어 운전면허시험을 보고 운전을 해 보기로 결심을 했다. 다행히 운전면허시험은 한글로 볼 수 있어서 어렵지 않았지만 몇 년 만에 운전대를 잡고, 더군다나 한국도 아닌, 낯선 상하이 시내에서 운전을 한다는 것은 큰 용기와 과감함이 필요했다. 중국어로 안내해주는 네비게이션도 낯설고, 내 차 오른쪽으로는 항상 자전거와 전동차들이 달리고 있다는 사실에 항상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대부분 작은 도로에서는 좌회전 신호가 없다. 좌회전 차선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직진신호로 바뀌면 반대편에서 직진하는 차들을 피해 난 눈치껏 좌회전을 해야만 했다. 운전대를 잡은 손에 땀이 날 정도로 긴장하고 겨우 좌회전을 하면 초록색 신호등에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들이 있음을 잊으면 안됐다. 사람들이 다 지나갈때까지 기다려야 하나? 내 뒤에 내가 빨리 가 주길 바라는 또 다른 좌회전 차량은 없나? 순간 내 머리 속은 많은 생각을 해야 했고 빠르고 정확한 판단을 해야만 하는 상황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조금씩 낯선 곳에서의 운전에 익숙해졌고 운전을 시작한지 1년 반이 지나고 있는 지금, 긴장보다는 여유있게, 마치 이곳이 나에게 편안한 곳인 듯 운전을 하고 있다.
처음에 나를 깜짝 놀라게 했던 전동스쿠터들의 자유로운 주행도, 신호와 상관없이 길을 편하게 건너시는 중국 어르신들의 모습도 이젠 낯설기보다 나를 조금 천천히 가게 할 뿐이다. 가끔씩은 자동차와 버스, 전동스쿠터와 공용자전거, 그리고 사람들까지 뒤엉켜 한 도로에서 각자 갈 길을 가고 있는 모습을 보곤 한다. 하지만 접촉사고가 나는 경우는 극히 드물며, 경적을 울리거나 화를 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무질서 같은 공간에서 나름 그들만의 질서가 존재하며 내가 가야 할 길만 생각하고 길을 가고 있는 것 같지만, 주변을 보고 양보하기도 하고 속도를 늦추기도 하는 그들만의 무언의 질서도 보인다. 나에게 허락된 신호도 중요하지만 조금 천천히 가면서 양보하기도 하고, 나도 다른 운전자들에게 양보받기도 한다. 처음에 느껴졌던 무질서에 대한 비판보다는 이제 나도 무질서 속에서 지켜지는 무언의 질서 속에 적응해가는 기분이다. 외국인으로서 상하이에서의 생활에 한 발 더 알아가는 좋은 계기가 된 듯하다.
잎새달스물이레(abigail9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