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급 6위안을 받고 일했던 적이 있다. 막 베이징에 도착한 어학연수생이던 시절, 학교 근처 음식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내 인생의 다음 목적지를 중국으로 정한 지 얼마 되지 않던, 투지에 불타오르던 그 시절, 중국어가 늘려면 중국 사람을 많이 만나야 하지 않겠냐는 호기로운 고민을 하던 내가 있었다. 어설픈 중국어로 이 가게 저 가게 기웃거릴 때의 그 수줍음, 내일부터 한번 일해보라는 승낙을 받았을 때 그 폭발하던 아드레날린, 베이징드림을 꿈꾸는 중국인들과 함께 일하고 학교 기숙사로 돌아가는 길에 느꼈던 그 하루의 생동감. 그 시절 회색 도시 베이징에서 돈으로 살 수 없는 경험을 하고 있는 내가 있었다.
상하이에서 학교를 졸업한 후, 세 번째 회사에 정착한 지 4년. 올해로 나는 8년 차 직장인이다. 과거 반짝이던 눈빛의 그녀는 어느덧 추억 속의 인물이 되었고, 이제 나는 회사에 인심을 잃지 않을 정도로 적당히 일하는 눈치 빠른 경력직이 되었다. 열심히 일한다고 꼭 인정받거나, 보상이 따라오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잘하면 잘할수록 일이 몰린다는 깨달음으로 시작된 나의 슬기로운 직장생활. 의도된 나태함은 내 몸의 감각 중 일부를 멈춰 세운 듯 하지만, 어느새 나는 오늘과 내일이 너무도 예측가능한 평범한 직장인의 일상에 완벽 적응하였다.
그러던 최근, 편안한 일상의 대 복수극이 시작됐다. 내 직무가 인공지능 시대에 곧 사라질 직업에서 20위를 차지한 것. 정신이 번쩍 든다. 특히 이곳 중국은 세계 2위 AI 기술 보유국 아닌가. 나는 이대로 앉아서 당할 수 없다는 생각에 각종 도서와 정보를 찾기 시작했다. 두서없이 적힌 회의 내용을 순식간에 정리하고 그 내용을 바로 PPT로 만드는 AI, 엑셀 채팅창에 원하는 정보를 대화하듯 입력하기만 하면 분석 결과를 내어놓고, 나 대신 이메일을 쓰고 심지어 소설도 써주며, 내가 원하는 영상, 음악까지 제작하는 AI 기술은 이미 상용된 지 오래였다.
나는 숨 막히는 속도로 변하는 세상을 개탄하고 곧 로봇에게 대체될 내 신세를 한탄하며, 한동안 마치 산업혁명 시절 밥그릇을 잃은 수공업자의 기분으로 지냈는데, 그러던 중 다음 시대를 철학적으로 고찰한 한 메시지를 접했다.
이제 테크닉은 로봇으로 대체되고 본질만 남는 세상이 될 테니 치열하게 경험하여 나를 발견하는 공부를 할 것.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 지, 무엇을 만들고 싶은 지 분명히 아는 인간다운 인간이 되어 AI에게 궁극의 지시를 할 것. 나만의 취향과 가치관으로 질문을 만들고 AI가 온 세상을 뒤져 찾아온 답으로 더욱 꽉 찬 인생을 살 것.
아차, 로봇 사이에 껴서 같이 문제를 풀려 했던 나의 이 무지함. 이제 소모적인 작업은 로봇에게 맡기고 지시하는 인간으로서 살 수 있다면, 나는 어떤 나다운 질문을 가지고 있나. 영혼 없이 사무실에 앉아 알고리즘에 내 취향을 맡기고, 유행하는 것을 맹목적으로 쫓는 요즘. 나는 휴대폰 속 인공지능보다 나에 대해 더 잘 안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을까. 어쩌면 우린 지금 인생에서 가장 뜨거웠던 나를 소환해야 하는 타이밍인지도 모르겠다. 모든 감각을 깨우고 호기로운 고민을 하던 그때, 시급 6위안에도 충만했던 그때의 나에게 묻고 싶다. 너는 또 어떤 문제 앞에서 설레어 하고 싶냐고.
상상(sangsang.story@outlook.com)
ⓒ 상하이방(http://www.shanghaiba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