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선한 바람과 푸른 하늘, 상하이 가을이 무르익고 있다. 가을의 또 다른 대표적인 특징은 각양각색의 나무와 길을 수놓은 낙엽. 날씨가 좋은 날에 낙엽이 쌓인 가로수길을 걷는 경험은 사람들이 가을을 특별히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가로수 길을 걷다 보면 팍 터지는 소리와 함께 강한 악취를 맡게 되는 경우가 있다. 가을을 대표하는 나무 중 하나인 은행나무가 바로 그 범인이다.
고약한 냄새, 열매와 잎의 성분
은행나무는 아름다운 색깔로 변하는 잎과 앞서 말한 고약한 냄새의 종자가 특징이다. 종에 함유된 부탄산이 그 원인인데, 사람에 따라 알레르기나 피부염을 일으킬 수도 있다. 강한 냄새와 달리 종자의 과육을 벗겨내고 속껍질을 볶아 내면 가을철 별미로 여겨지는 알맹이가 나온다. 쫄깃하고 고소하지만 가열해도 사라지지 않는 소량의 독 성분이 있어서 많이 섭취하면 식중독에 걸릴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반면 은행나무 잎에는 혈액 순환을 돕고 혈류를 개선하는 약효가 있어서 은행잎 추출물로 만든 영양제는 수족냉증 등에 좋다. 또한 장수하는 나무로 유명한 만큼 은행잎에는 살균 방부 성분이 있어 잘 썩지 않기 때문에 책갈피로 은행잎을 꽂아두면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책이 상하는 것을 억제하는 예상 외의 효과도 있다.
대표적인 살아있는 화석
은행나무는 현재 전 세계에 단 1종 만이 살아남아 있기에 대표적인 살아있는 화석으로 여겨진다. 또한 가로수로 흔히 볼 수 있는 것과 달리, 은행나무는 멸종위기 종인데, 이는 상술한 종자의 독성으로 인해 대부분의 동물은 은행 열매를 먹지 않기 때문이다. 인간만이 거의 유일한 은행나무의 매개동물로, 야생에서는 번식하지 못한다. 은행나무는 번식력이 약한 대신 질긴 생명력과 긴 수령으로 이를 극복해 온 나무이다.
1018살 경기 양평 용문사 은행나무
[사진=양평군 용문사 은행나무(출처: 네이버)]
유명한 개체는 수백 년은 기본이고 1000년 넘게 한 자리를 지키는 경우도 있다. 경기도 양평군 용문사에 있는 은행나무가 그러한데, 천연기념물 30호로 지정된 이 나무는 수령이 무려 1,018살로, 높이는 38.8m에 둘레는 15m가 넘는다. 또한 중국 구이저우성 푸취안시에는 세계 최고령의 은행나무가 있는데 높이가 50m나 된다.
상하이 은행나무 길
우리가 살고 있는 상하이에서는 어떨까? 흔히 상하이는 가을이 가장 아름답다고 여겨진다. 여러 색깔의 단풍잎이 상해 특유의 근대와 현대를 넘나드는 건축양식과 적절히 어우러져 아름다운 경관을 여기저기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다른 계절엔 볼 수 없는 황금빛 은행잎은 그 특징을 극대화한다. 그렇다면 어디로 가야 은행을 온전히 즐길 수 있을까?
구베이 황진청다오 보행가
[사진=구베이 황진청다오 은행나무길(출처: 샤오홍슈)]
우선은 구베이에 위치한 황진청다오(黄金城道步行街)이다. 이름이 알려주듯 가을이 오면 수백 미터에 달하는 길이 전부 은행잎으로 뒤덮여 황금빛으로 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구베이의 중심에 있고 차가 다니지 않는 보행자도로기 때문에 사람들이 반려동물과도 많이 방문한다. 또한 곳곳에 카페와 벤치가 많이 있기 때문에 가볍게 앉아서 커피 한잔을 즐길 수도 있다.
쩐루쓰(真如寺)
상하이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인 쩐루쓰(真如寺)도 추천한다. 1320년에 지어져 약 700년의 역사가 있는 이 절은 당시 함께 심어진 두 그루의 은행나무와 함께 자리를 지켜왔다. 상하이에 있는 다른 절들에 비해 그리 유명한 편은 아니지만, 조용한 분위기로 남몰래 사랑받고 있는 장소이다. 사람에 지쳐 힐링을 하고 싶을 때 방문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구슈공원(古树公园)
상하이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나무를 찾아가 보고 싶다면 구슈공원(古树公园)을 방문해야 한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1200년의 수령을 가지고 있는 은행나무가 공원 중심부에 자리 잡고 있다. 오래된 나무지만 가지가 무성하게 나 있고 잎사귀도 무수하기 때문에 树王(나무의 왕)이란 별명이 있다고 한다.
상하이음악청(上海音乐厅)
마지막으론 상하이 시중심에 있어 쉽게 갈 수 있는 상하이음악청(上海音乐厅)이다. 대중교통으로도 편리하게 도착할 수 있는 이곳은 은행 낙엽과 유럽식 석조건물을 함께 볼 수 있는 곳으로 은행 색이 변한 뒤에는 늘 사람으로 붐비는 곳이다. 이곳의 또 다른 장점은 근처에 있는 다른 은행나무 명소인 옌푸뤼디(延福绿地) 등에 가까이 위치해 있기 때문에 천천히 산책하면서 더 다양한 경치의 은행나무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주말 도시구경으로 가보자.
샛노란 은행나무만큼 가을 정취를 불러 일으키는 것도 없다. 시기를 놓치지 말고 상하이 구석구석을 돌며 가을을 느껴보자.
학생기자 장준희(상해중학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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