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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라 시인 두보(杜甫)의 등고(登高)(출처: 바이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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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흔히 ‘문학의 계절’로 불린다. 가을 특유의 감성에 빠져들어 ‘가을병’에 걸렸다는 이들이 늘어나며, 공공장소에서도 책이나 시집을 가까이하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상하이에서도 이러한 독서의 계절을 더욱 의미 있게 보내고 싶다면, 중국 문학의 정수를 만날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이때 중국 문학사에서 가장 위대하다고 평가받는 당나라의 시인 두보(杜甫)의 작품을 접하는 것이 좋은 방법일 것이다.
중국 고전 문학에서 두보는 ‘시성(詩聖)’이라 불릴 만큼 높은 평가를 받는 시인으로,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등고(登高)>는 가을의 아름다운 정취를 담아낸 작품이다. <등고>는 가을 경치를 즐기고 음미하는 중국의 전통적 풍습을 주제로 삼고 있으며, 동시에 자연의 아름다움과 인생의 무상함을 노래한다. 이 시는 한시 형식의 칠언율시로, 4운 8구의 근체시 형태로 구성돼 있다.
첫 구절에서는 가을 하늘의 맑고 높은 경치를 묘사하며 바람이 세차게 부는 모습을 그린다. 둘째 구절에서는 산속에 울려 퍼지는 원숭이의 울음소리가 등장해 가을의 깊은 고독과 정취를 느끼게 한다. 셋째 구절에서는 하늘을 나는 새들의 자유로움과 가을 생태계의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하며, 넷째 구절에서는 끝없이 늘어선 나무들이 만들어내는 고즈넉한 분위기를 표현한다. 이어 다섯째와 여섯째 구절에서는 힘들고 외로운 삶을 살아온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며, 자연 속에서 느끼는 고독과 그 속에서 찾는 평온함을 묘사한다. 마지막 구절에서는 가을의 아름다움에 매료된 화자가 자연과 하나 되기를 염원하며 시를 마무리 짓는다.
<등고>는 단순한 자연 찬미 시가 아니다. 두보가 이 시를 지은 당시, 그는 전쟁과 가난, 병마로 인해 극도로 피폐한 상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보는 이 작품에서 인생의 무상함을 넘어 자연의 아름다움과 삶에 대한 찬사를 담아내었다. 특히 두 번째 구절의 원숭이 울음소리에서 느껴지는 화자의 심경은 그의 고단한 삶을 반영하며, 세월과 인생의 허무함을 돌아보게 한다. 그러나 이 시는 단순히 인생의 비극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가을의 천고마비와 같은 풍성함과 아름다움을 노래하며 사람과 자연이 하나가 되자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렇듯 <등고>는 두보의 삶과 감정이 절절히 묻어나는 작품으로, 그의 시대적 고통과 감성을 녹여낸 시다. 가을의 절경을 통해 자연과 교감하고자 하는 두보의 소망은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감동을 준다. 상하이의 독서의 계절에 이러한 작품을 감상하며 중국 고전 문학 속 가을의 매력을 경험해보는 것은 어떨까.
학생기자 정예원(상해한국학교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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