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맹 가리 | 용경식 역 | 문학동네 | 2003.05.06
<자기 앞의 생>은 10살인 줄 알고 살던 애어른 ‘모모’의 시선으로 바라본 사람들과 세상에 관한 이야기다. 이 책은 무거울 수 있는 다양한 사회문제를 생각해 보게 한다.
-유태인과 아랍인의 동거 (로자아줌마와 모모로 불리는 모하메드)에 대해,
-프랑스 파리에서 사회적 약자로 살아가는 매춘부, 성 소수자, 범죄자들 그리고 중동, 아프리카, 아시아에서 온 이주노동자들에 대해,
-하밀 할아버지와 모모의 나이를 뛰어넘는 수평적 우정에 대해,
또 모모가 생각하는 낙태와 안락사 등 많은 이슈들에 대해 말을 건넨다.
그리고 이 문제들을 관통하는 ‘사랑’에 관해 사유한다.
부모의 그늘을 대신해 주던 로자 아줌마가 늙고 병들어 죽음을 향해 갈 때 그 옆을 지키던 모모는 두려움속에서 현실을 직면하며 ‘행복이란 손 닿는 곳에 있을 때 바로 잡아야 한다’면서 행복은 현재 이 순간을 살아내는 것임을 통찰해 간다.
이런 모모를 통해 책을 읽어가는 나도 함께 성장해 가는 기분이 들었다.
코란과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불어로 불쌍한 사람들이란 뜻)을 평생 끼고 사는 하밀 할아버지에게 모모가 ‘내가 불쌍한 사람들 얘기를 쓸 때는 누굴 죽이지 않고도 하고 싶은 이야기를 모두 다 쓸 거예요’라고 말하는 대목을 읽을 땐 작가가 모모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듯 했다.
“사람은 사랑할 사람 없이 살 수 있을까요?”
하밀할아버지께 사랑에 관해 묻던 모모는 깊은 상실을 겪고 나서 ‘사랑해야 한다’고 스스로 답하면서 이 소설은 끝을 맺는다. 결국 이 작품은 ‘사랑’에 대해 화두를 던지던 모모가 답을 찾아가는 여정처럼 느껴진다.
최수미
외국에 살다 보니 필요한 책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책벼룩시장방이 위챗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9월부터 한 주도 빼놓지 않고 화요일마다 책 소개 릴레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아이의 엄마로, 문화의 소비자로만 사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상해 교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