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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1일 부부의 날 "희노애락; 사랑하기 때문에"

[2021-05-21, 05:56:15] 상하이저널

5월 21일 부부의 날은 가정의 화목함을 수호하고 부부관계의 소중함을 일깨우자는 취지로 지정된 기념일로, 어떤 관점에서 보면 단란한 가정을 꿈꾸는 부부에겐 결혼기념일보다 더욱 중요한 날이다. 부부라는 단어는 범위 또한 굉장히 넓고, 부부를 기념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 또한 가지각색이기에 어쩌면 이 기념일을 취지와 우리의 삶에 끼치는 영향을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런데 한 발 물러서서 생각해보면, 부부의 날이 기념하고자 하는 것은 의외로 굉장히 단순하다. 너무도 단순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쉽게 잊어버리는 이 ‘부부관계의 근원’을 기억하는 것이야말로 건강한 부부생활을 유지하는 가장 큰 비결일 것이다.

부부의 사랑과 발생

‘부부’ 라는 사회적 집합체를 만들어 내는 가장 효과적이고 강력한 매개체는 단연코 사랑이라는 감정이다. 사랑하는 연인들은 보통 부부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며, 이 사랑이 식으면 둘 사이의 사회적 연결은 끊어진다. 설령 관계를 지속하기로 결정했더라도 서로를 향한 궁극적인 끌림, 즉 사랑이라는 감정이 없기 때문에 서로의 단점만 보이고 자신을 사랑해줄 다른 사람을 찾아가게 된다.

사랑이라는 강력한 감정은 과거부터 철학적, 감상적 접근법이 시도되어 왔으며, 우리가 보통 사랑을 받아들이는 방식은 이러한 관점의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근대 뇌과학의 발전과 심리학의 정립 이래 사랑에 대한 과학적 분석을 위한 시도는 꾸준히 지속되어 왔다. 생물학적인 관점에서 사랑은 우리가 익히 아는 것처럼 감정의 일환이라기보다는 뇌내 호르몬 분비 작용의 일종이다. 즉, 사랑은 기쁨이나 분노보다는 배고픔 따위의 욕구와 더 비슷하다는 것. 사랑에 빠진 뇌는 펜에틸아민, 도파민, 세로토닌 등의 천연 각성제를 분비하기 시작하는데, 이것들이 뇌의 쾌락 중추를 자극하여 ‘사랑에 빠지게’ 만드는 것이다. 

이 같은 작용은 마약 복용자의 뇌 활동 패턴과 흡사하다. 사랑에 빠진 연인들은 쾌락을 담당하는 영역이 활성화되며 뇌의 보상체계를 작동시키는 양식이 코카인이 작용하는 방식을 연상시킨다는 것이다. 실연은 그러므로 (그 해악성은 다를지언정) 중독을 끊을 때와 같은 심리적 금단 증상 등을 동반하게 된다. 

이 같은 호르몬의 분비는 영원하지 않아서, 시간이 지날수록 분비량이 적어지고 결국 과거의 자극으로는 만족하지 못할 정도로 감소하게 된다. ‘권태기’의 정체가 바로 이것이다. 쾌락 중추를 자극하는 펜에틸아민 따위의 호르몬은 일반적으로 2~3년 정도가 유통기한의 상한선이며, 신혼 때 뜨거웠던 부부도 시간이 지나면 열정이 식게 되는 과학적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호르몬 분비가 남들보다 오래 지속되는 경우도 분명히 존재하며, 이럴 경우 분비의 강도가 주기적으로 변화한다. 이 주기가 서로 잘 맞물릴 경우 금슬 좋은 부부가 되는 것이고 서로 어긋난다면 오밤중에 그릇 깨지는 소리가 자주 들릴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물론 이 호르몬의 변화가 부디 내 옆의 연인과 일치하기를 바라기만 하라는 뜻은 아니다. 처음 사랑에 빠지고 2년간 펜에틸아민의 분비가 최고조에 달하는 무렵을 올바르게 보낸다면, 호르몬의 본격적인 분비가 끝난 이후에도 안정적이고 화목한 부부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권태기를 극복하는 법

앞서 말했듯, 처음 사랑에 빠진 후 몇 년간의 기간은 부부의 유대감을 기르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이때 형성된 둘 사이의 긴밀감은 후일 찾아올 호르몬의 감소, 즉 권태기의 극복에 지대한 역할을 한다. 펜에틸아민 등의 흥분성 호르몬 분비가 줄어들면, 옥시토신 등의 분비가 활성화되어 부부는 첫날의 뜨거운 감정은 느끼지 못하더라도 마치 오랜 친구와 같은 편안함과 친근함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물론 이러한 편안함이 권태기와 다를 바가 없다고 싫어하는 신혼 부부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여러 관점에서 볼 때, 오랜 시간 함께 세월을 보낸 부부간의 친근함 역시 사랑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다.

심리학자 존 앨런 리는 사랑을 여섯 가지 종류로 나누면서 스토지(Storge), 즉 우애적 사랑이라는 관념을 소개했는데, 이러한 사랑은 편안함과 정다움을 기반으로 형성된다고 정리했다. 상술한 것처럼 소위 말하는 ‘뜨거운’ 사랑은 뇌의 보상 체계에 기반한다. ‘호르몬의 분비가 제공하는 감정적 쾌락에 대한 의존’을 우리가 익히 아는 사랑으로 볼 수 있다면, ‘차가운’ 사랑은 오히려 우정이나 연대감 등지의 감정적 연결과 비슷하다. 이러한 유대감은 열정, 성애, 즐거움과 행복 등과 구분되는 동지애, 이해, 일체감, 신뢰 등을 동반하며 신혼 때의 사랑과 종류는 다를지언정 두 사람 간 연결고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차가운 사랑’은 권태기를 예방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물론 이러한 조치가 사랑의 만병통치약, 무조건적인 장밋빛 미래를 약속하는 것은 아니다. 세상은 넓고 사람은 많으며, 개개인이 하는 사랑의 모습 역시 모두 다르다. 결국 부부관계를 유지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정말 이 사람을 사랑하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할 수 있느냐이다. 만일 망설여진다면, 짧은 변덕 탓에 잘못된 결정을 하지 않도록 일단 기다려 보자. 그 사람의 약점을 이해하고, 둘은 결국 부부라는 사회적 공동체로써 함께 나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상기시킬 필요가 있다. 

만일 더 이상 어떠한 감정도 느껴지지 않고, 하루하루 함께 지내는 일이 고달프다면, 그때는 어쩔 수 없더라도 헤어지는 것이 더 나을 선택일 수 있다. 결혼과 부부라는 틀에 갇혀 고집을 부리는 것은 양쪽 모두에게 고통만 줄 뿐이기 때문이다. 부부는 함께 있을 때 행복해야 마땅하며, 부부의 날이 기념하고자 하는 가정의 화목함도 그곳에서부터 출발한다. 부부가 함께 있어도 힘들기만 하다면 연결고리를 유지하는 것이 오히려 이 기념일의 취지에 반하는 일이기에 다시 시작하는 것이 더 옳다. 

이렇듯 부부의 사회적 합일은 굉장히 어렵고 복잡한 일이다. 결혼하여 인생의 동반자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는 많아야 두세 번이고, 보통은 한 번의 기회밖에는 주어지지 않는다. 한순간 호르몬의 분비로 인해 흥분의 감정을 느낀다고 그것이 오래도록 지속되는 부부의 성숙한 사랑으로 발전하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다시 말해, 어차피 서로에게 질려 결국에는 내쳐질 관계라면 처음부터 시작하지 않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일 것이다. 사랑도 결국은 뇌 속 화학 작용의 일종이기에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으며, 영원하지 않은 감정은 우리를 기만할 수 있기 때문에 이제 곧 부부가 되는 연인들이나 아직 연인은 없지만 언젠가는 사랑을 할 솔로들 모두 인생의 동반자를 고를 때는 배로 신중해야 함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학생기자 김보현(SAS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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