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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상하이 139] 축복받은 집

[2022-04-22, 19:15:05] 상하이저널
줌파 라히리|||마음산책 ||2013.10.10
줌파 라히리|||마음산책 ||2013.10.10
원제: Interpreter of Maladies

<축복받은 집>은 9편의 단편을 모아 출간됐다. 단편 중 하나인 ‘축복받은 집’이 책의 제목이다. 작가는 영국에서 태어난 벵골 출신으로 미국에서 공부하고 활동 중이다. 그래서 글의 곳곳에서 인도의 향기가 뿜어져 나오는데 처음엔 그 향에 압도되는 느낌이 들었다.

역시나 누군가 인터뷰에서 그녀의 작품이 ‘이민자 소설’이라 불리는 것에 대해 질문을 했고 라히리는 자기가 살아온 세계를 글로 썼을 뿐이므로 과도한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는 명쾌한 답을 했다. 이 단편 모음집을 읽으며 마치 내가 제작한 동영상을 보는 기분이 들었다. 묘사가 섬세하고 표현이 중립적이어서 작가의 생각이나 의도가 직설적으로 개입되지 않아 이야기 속으로 쉽게 몰입되어 좋았다. 또 하나 인상적인 것은 별것 아닌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가 마음에 여운과 울림을 주는 점으로 이런 요소들이 라히리 소설의 매력이라 느껴진다.

이 중 ‘센 아주머니의 집’에 관해 이야기해 본다. 센은 결혼으로 남편이 사는 미국으로 이주 온 인도 여자다. 책의 서두에서 작가는 센이 30대 초반이라고 알려주었지만, 서사를 따라가면서 의구심을 느끼며 다시 책의 처음으로 돌아가 그녀가 30대 초반임을 확인해야 했다. 왜냐하면 센에 대한 묘사에서 젊음, 패기, 열정, 생기 같은 역동적인 단어들이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작품에서 중요한 인물인 11살 소년 엘리엇은 엄마와 둘이 인적이 드문 해안가에서 살고 있으며 하교 후 엄마의 퇴근 시간까지 센의 집에서 돌봄을 받고 있다. 센이 낯선 미국 생활 속에서 고향이 그리울 때, 캘커타에 선 매일 먹던 신선한 생선을 먹을 수 없어 헛헛할 때, 조카가 태어났을 때, 할아버지의 부고 소식을 접했을 때 운전 연습을 할 때 등 그녀의 기쁘고 슬픈 순간들 그리고 평범한 일상을 어쩌면 남편보다 더 많이 엘리엇과 교감한다.

이 단편에서 축이 되는 소재는 ‘운전’이다. 미국 생활에서 필수인 운전을 그녀는 무서워한다. 또 남편이 바쁜 업무로 그녀와 외출할 수 없게 되면 감정이 파도를 타는 등 문제를 만날 때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회피하거나 우회하는 모습을 보인다.

나는 센의 모습을 보는 것이 불편했다. 주어진 삶에 만족하지 않지만, 가끔 잠수를 탈 뿐 순응하는 모습도 싫고 자신의 구인 전단지 첫 줄이 ‘대학교수의 아내’로 시작하는 것도, 엘리엇 엄마가 센에게 난감한 질문을 할 때 직접 대답하는 대신 남편을 바라보던 그 시선도, 엘리엇과 작별하던 날 어떤 사건의 당사자인 센은 방안에서 웅크리고 울 뿐 뒷수습을 남편에게 맡길 때도 뭔가 턱 턱 걸리는 기분이었다.

전족으로 기형의 발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중국 여인이 떠오른 건 지나친 걸까? 이것이 오직 센 개인적인 성향의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과거에 또는 여전히 현재도 어떤 문화권에서 여자로 길들여진다는 것은 정신적 미숙으로 발현됨을 본다. 센의 이런 모습들은 나를 직면하는 아픔이고 부끄러움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녀의 감정에 공감하면서도 그녀가 정신적으로 독립된 성숙한 인간으로 성장하길 기도한다.

이 소설은 11살 엘리엇의 시점으로 쓰여 있는데 나는 이 점도 무척 마음에 든다. 엘리엇은 센을 마지막으로 돌봐주는 어른 없이 방과 후 쓸쓸한 바닷가 집에서 엄마의 퇴근 시간까지 홀로 보낸다. 그가 이 현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며 엄마에게 괜찮다고 말하는 것으로 소설은 끝이 나는데, 어쩌면 그 괜찮다는 말이 센에게 건네는 우정이자 응원은 아닐까 싶다.

최수미 

외국에 살다 보니 필요한 책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책벼룩시장방이 위챗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9월부터 한 주도 빼놓지 않고 화요일마다 책 소개 릴레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아이의 엄마로, 문화의 소비자로만 사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상해 교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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