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계면신문(界面新闻)] |
라오쯔하오(老字号), 중국의 전통 기업을 가리키는 말로 국가에서 직접 공인한 기업들에게만 붙여지는 ‘칭호’다. 한때 이 라오쯔하오라는 수식어만 있으면 사람들이 믿고 살 수 있는 ‘보증수표’였지만 이제는 옛말이 되었다. 경쟁에서 밀린 기업들이 이제는 라오쯔하오 명단에서 제명되기 때문이다.
14일 계면신문(界面新闻)에 따르면 상하이시 황푸구에 위치한 라오반자이(老半斋)라는 식당이 ‘라오쯔하오(中华老字号)’명단에서 제외되었다. 이 식당은 지난 1905년에 처음 문을 연 곳으로 무려 118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곳이었지만 아쉽게도 이제는 일반 식당이 되어버렸다.
중국 상무부는 이번에 ‘중화 라오쯔하오(中华老字号)’명단을 발표하면서 총 55개 브랜드를 경영 부진이나 장기 폐업 등의 이유로 제명시켰다. 이 외에도 실적이 부진한 브랜드 73개에 대해서는 6개월 동안 시정 기한을 주었다.
100년 이상을 이어온 라오쯔하오 기업이라도 언제든지 경영 부진 등의 이유로 제명될 수 있게 되었다.
이번에 제명된 상하이의 라오반자이의 경우 원래 갈치 훈툰, 갈치 면으로 인기를 끌었던 곳이다. 그러나 현재 장쑤성, 저장성, 상하이 지역에서 갈치 훈툰은 흔히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음식이 되어 버렸다. 배달앱에서 갈치 훈툰을 검색하면 상하이 현지에 있는 거의 모든 양저우 음식점에서 이 메뉴를 확인할 수 있다. 라오반자이의 갈치 훈툰의 맛이 특별히 뛰어난 것도 아니기 때문에 단순히 오래된 브랜드라는 이유만으로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라오쯔하오 브랜드는 역사와 문화가 축적되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제품의 노후화, 신규 고객 유치의 어려움, 유통 채널 개발 부족 등의 문제가 존재해왔다. 이 때문에 새로운 소비자 시장에서 점차 활력을 잃어가는 것이다.
따라서 일부 라오쯔하오 브랜드는 아예 ‘탕핑(躺平)’을 선택했다. 탕핑이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만 있는 가만히 누워 지내는 것으로 새로운 브랜드 전략을 추구하느니 아무것도 하지 않아버리는 것이다. 충칭의 유명 월병 브랜드 관성웬(冠生园)은 아예 온라인 판매는 중단하고 오프라인 판매도 중추절에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판매 루트를 대폭 줄여버렸다.
원래 과거 물자가 부족했던 시절 탄생한 라오쯔하오 기업들은 많은 ‘시대적인 수혜’를 입었다. 그러나 중국 소비 시장이 급격히 변하고 발전하면서 소비자나 제품들이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고 깐깐한 소비자들 사이에서 경쟁에 밀린 라오쯔하오들은 결국 ‘도태’되는 것이 현실이 되었다.
이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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