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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콤 글래드웰 | 김영사 | 2020년 3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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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모르는 사람을 만났을 때”
이 책은 우리가 모르는 사람을 만나게 될 때 알아야 할 것들에 대해 쓰인 책이다. 모르는 사람에 대해 오해하게 되는 이유와 오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자세히 소개했다.
<타인의 해석>은 브라이언 엔시니아와 샌드라 블랜드의 실제 이야기로 시작과 끝을 장식한다.
깜빡이를 켜지 않고 차선을 변경한 샌드라 블랜드를 단속한 경찰관 브라이언 엔시니아는 벌금 딱지로 끝날 일을 운전자 자살이라는 비극으로 몰고 간다. 2015년 7월 10일에 실제로 있었던 이 사건은 미국 언론에서 인종 차별 문제로 다루어졌다. 백인 남성 경찰관 브라이언 엔시니아, 아프리카계 미국인 여성이자 일반 시민이었던 샌드라 블랜드. 하지만 작가는 이 문제를 인종 차별이 아닌 타인의 해석에 서툴렀던 경찰관의 이야기로 본다.
우리가 흔하게 저지르는 실수가 어디에서 어떻게 왔는지 수많은 이론과 실례를 들어 400페이지가 넘게 열거한다. 중간중간 복잡한 구절로 나의 이해력의 한계에 부딪히며 이것이 혹시 번역의 문제는 아닌지 감히 의심도 하게 만든 말콤 글래드웰의 <타인의 해석>의 요점은 대략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1. 진실 기본값 이론(Truth Default Theory)
우리는 "사람들은 정직하다."에 기본값을 두고 살아간다. 사기꾼이 똑같은 속임수로 여러 사람을 속일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진실 기본값 이론 때문이다.
진실 기본값 모드에서 벗어나려면 러바인이 말하는 계기 trigger가 필요하다. 약간 미심쩍은 정도나 의혹은 계기가 될 수 없다. 처음 품은 가정에서 어긋나는 증거가 결정적인 것으로 밝혀질 때만 비소로 진실 기본값 모드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우린 일단 믿고 본다. 그리고 의심과 걱정이 점점 커져서 해명되지 않을 때가 되어서야 믿는 것을 멈춘다. 하지만 이 진실 기본값 때문에 세상은 원만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진실 기본값이 없다면 세상은 그 누구도 믿지 못하고 혼란에 혼란을 거듭하며 결국 멸망의 길로 들어설 것이다.
2.투명성(Transparency)
우리는 상대방의 표정과 행동으로 상대방의 마음을 투명하게 볼 수 있다고 믿는다. 놀람, 분노, 기쁨, 슬픔, 당황에 해당하는 각각의 표정이 정해져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험을 통해 60명의 참가자 중 5%만이 눈썹을 치켜 올리고 입을 쩍 벌린, 우리가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놀람 표정을 지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표정은 소설이나 드라마를 통해 학습된 허구이다. 투명성이라는 것이 허구적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명백한 징후를 통해 상대방을 투명하게 바라보고 있다고 믿는다.
패트릭 데일 워커는 여자 친구의 머리에 총을 겨누고 방아쇠를 당겼지만 총알은 발사되지 않았다. 담당 판사는 워커가 후회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이유로 보석신청을 받아들였다. 판사가 "투명하게" 들여다본 후 석방해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그는 보석 기간에 여자 친구를 총으로 살해했다.
우리는 타인을 대하면서 투명하리라 가정하고 가정에 부합하지 않으면 상대방의 진심이 표현되는 구조와 배경에 대해 이해하려 하지 않고, "투명하지 않음" 그 자체를 비난하는 쪽을 택한다.
3. 결합의 파괴(Decoupling)
특정한 장소나 상황을 만났을 때 다른 양상이 벌어지는데, 우리는 대부분의 사건은 무작위로 일어난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실제에서는 조건만 맞으면 일어날 확률이 급격히 증가한다. 도시의 모든 곳에서 범죄가 많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특정 골목에서 범죄가 많이 일어나는 것처럼 특정 조건만 충족되면 분노, 폭력이 쉽게 일어난다는 것이다.
영국의 1960년대와 1970년대의 자살률에서 보듯이, 이 당시 영국에 도시가스가 도입된 시기에 집에서 도시가스를 틀어 놓고 이산화탄소 중독으로 자살하는 사람이 아주 많았다고 한다. 쉽고 깔끔하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이후 천연가스가 보급된 후 자살률은 크게 줄었다.
앞서 얘기했던 샌드라 블랜드가 만약 다른 경찰관을 만났다면 샌드라는 죽음에 이르지 않았을 수도 있다.
-본문 중에서
"우리는 몇 가지 단서를 설렁설렁 훑어보고는 다른 사람의 심중을 쉽게 들여다볼 수 있다고 여긴다. 낯선 이를 판단하는 기회를 덥석 잡아버린다. 물론 우리 자신한테는 절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우리 자신은 미묘하고 복잡하며 불가해하니까. 하지만 낯선 사람은 쉽게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이 책에서 내가 당신에게 한 가지를 설득할 수 있다면 이건 사실 일 것이다. 낯선 사람은 쉽게 알 수 없다."
"... 우리는 낯선 사람을 이해하기 위한 탐색에 실제적인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우리는 절대 진실의 전부를 알지 못할 것이다. 온전한 진실에 미치지 못하는 어떤 수준에서 만족해야 한다. 낯선 이에게 말을 거는 올바른 방법은 조심스럽고 겸손하게 하는 것이다. 만약 우리가 이런 교훈을 가슴 깊이 새겼다면, 지금까지 내가 묘사한 위기와 논쟁 가운데 얼마나 많은 것을 막을 수 있었을까?"
"눈앞에 보이는 것만 보지 말라. 큰 맥락을 보라. 상대가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려 하는지를 모르면, 왜 그가 여기에 있는지 알 수 없다."
* 본문에 실린 내용 중에 진실 기본값 이론(Truth Default Theory)의 심리학자 티모시 러바인(Timothy R. Levine) 교수와 당시 대학원생이었던 박희선 씨가 등장하는데, 두 분은 교수와 제자로 만나 결혼하셨고, 지금은 한국에서 강의하신다..
박희정
외국에 살다 보니 필요한 책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책벼룩시장방이 위챗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9월부터 한 주도 빼놓지 않고 화요일마다 책 소개 릴레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아이의 엄마로, 문화의 소비자로만 사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상하이 교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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