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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상하이 238] 평범한 결혼 생활

[2024-04-27, 06:44:57] 상하이저널
저자 임경선/출판 토스트/2021.03.
저자 임경선/출판 토스트/2021.03.
우연히 지인의 소개로 최근 알게 된 임경선 작가의 “평범한 결혼 생활”은 제목이 선뜻 눈에, 마음에 쏙 들어온 산문집이다. 산문이기에 머리를 싸매고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되고, 작가인 그녀가 20년 결혼기념일에 맞추어서 책을 냈다면, 나 또한 한 남자와 25년을 살고 있는 터라 그녀의 책 속의 장 하나하나에서 혼자 실소를 금치 못했다. 아직 임경선 작가를 모르거나, 남의 결혼은 어떤가 하며 옆집 풀밭이 더 푸르러 보이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소개하고 싶다. 

작가는 원석이라는 이름을 가진 남자와 만난 지 3주 만에 청혼을 받고 3달 만에 결혼을 해서 20년 차 결혼 생활을 하고 있으며, 처음 10년은 회사에 다니다 전업 작가로 일하며 매년 책을 내고 있는 50대 초반의 여성이다. 

그녀는 책 첫머리에 결혼은 ‘나와 안 맞는 사람과 사는 일’이라고 했다. 생활 패턴, 식성, 취향, 습관, 더위와 추위에 대한 민감도, 여행 방식, 하물며 성적 기호에 이르기까지 “어쩌면 이렇게 다를 수 있지?”를 연발하는 나날이었다. 나중에 이 질문은 점차 “이토록 나와 맞지 않은 사람과 어째서 이렇게 오래 같이 살 수가 있지?”로 변해 갔다고 한다. 

주위를 보면 아주 오랫동안 연애를 하거나 동거하다가 결혼한 커플도 “결혼”을 하고 난 뒤 몇 년 만에 이혼하는 경우를 보면, 결혼이라는 것이 어떻게 사람들의 마음과 기대에 작용을 하나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주위에 추위나 취침 시간이 달라서 이미 남편과 각방을 쓰는 친구들도 하나씩 나오고 있는데, 내가 지금 살고 있는 프랑스에서는 이해하지 못할 일이지만 한국에서는 자주 볼 수 있는 일이다. 한국은 남편과 각방을 쓴다고 해서 그것이 이혼과 연결 짓는 일이 별로 없고, 그냥 각자의 편의를 위한 것이라는 개념이 더 강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녀는 또한 결혼 생활을 가급적 평화롭게 유지하기 위해 서로의 다름을 수용하고 초연해하며, 그것이 일으킬 갈등의 가능성을 피하려는 훈련을 본능적으로 하게 되었다. 이 점에서 결혼 생활은 분명 일종의 인격 수양이라고 할 수 있다는 대목에서 나는 격하게 공감했다. 서로의 다름을 받아들이지 않고 평생을 같은 지적을 하면서 한결같이 같은 주제로 싸움을 해오신 부모님을 둔 덕에 내 결혼 생활의 첫 번째 규칙이 한 번 두 번 얘기해서 고쳐 지지 않은 것은 절대 다시 얘기하지 않고 받아들인다는 것이었다. 상대방이 나에게 한 지적은 두 번 세 번 듣지 않기 위해 고치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우리는 많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그리 크게 싸우지 않은 25년을 보내왔다. 이를 통해 난 인격 수양을 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고, 남편도 나를 참아 내느라 인격 수양을 해야 했다는 것을 의심치 않는다. 

작가가 20년 전의 청첩장을 소개한 부분에서 난 박장대소를 했다. 

“100번을 다시 태어난다 해도…. 쳐 돌았나. 100번을 결혼해도 같은 남자라니. 100번을 흔들린 거라면 모를까… “

그녀가 말한 것처럼 10가지 단점을 가진 배우자라 할지라도 십수 년을 같이 살아오는 것에는 보이지 않는 강점 하나가 있기에 그 결혼이 유지된다는 얘기에 다시 한번 공감을 한다. ‘다른 남자랑 살아 보면 어떨까’하고 삐쭉거리다가도 어느 눈 내리던 스키장에서 길을 잃은 나를 찾아 데리러 와준 그때의 감동 하나, 길을 걸으면 잘 넘어지는 나를 꼭 잡고 다니는 따스한 그의 손이 그 모든 단점을 다 잊게 하는 것이 나의 평범한 결혼 생활을 유지하게 하는 이유가 되지 않을까? 

우리의 결혼 생활은 평범한 것 같냐는 질문에, “우리 결혼이 평범 하진 않지. 우리가 평범하게 만난 건 아니잖아?”라는 답이 돌아온다. 결혼에 대한 어떤 지침도 교훈도 없는 간결한 산문이지만, “나만 이렇게 사는 게 아니구나” 하고 평범한 나의 결혼을 감사하게 만든다. 

이현영

외국에 살다 보니 필요한 책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책벼룩시장방이 위챗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9월부터 한 주도 빼놓지 않고 화요일마다 책 소개 릴레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아이의 엄마로, 문화의 소비자로만 사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상하이 교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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