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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의 상하이 이야기 11] 상하이 교민이 바라보는 테무·알리 열풍

[2024-05-11, 07:52:16] 상하이저널
‘테알’ 독이 든 사과

사과는 맛있다. 백설공주는 계모가 준 독이 든 사과를 먹고 쓰러졌다. 우리나라를 휩쓸고 있는 테무, 알리 익스프레스 열풍을 보니 우리나라 사람들이 독이 든 사과를 받았다는 느낌이다. 알리 익스프레스, 핀테무가 우리나라 온라인 쇼핑계를 흔들고 있다. 테무, 알리에서 사는 물건들은 엄청난 물건들이 아니다. 있으면 조금 더 편하고 없어도 살 수 있는 것들이다. 있으면 편하고 유용할 것 같고 지금까지 생각하지 못했던 신선함을 툭툭 던지다. 13,000원을 채워야하니 당장 필요하지 않지만 필요할 것 같은 물건으로 채우게 된다. 

처음에는 못 보던 물건, 이런 것도 있었네 하는 호기심에 몇 번 써보지만 원래 없어도 되었던 물건들이니 사용 빈도가 떨어진다. 저렴하게 만들다 보니 디자인, 퀄리티가 부족하고 싸게 구입했고 고민하지 않고 산 물건에 대한 애정도 없다. 결국 흐지부지 어디 뒀는지도 모르다가 분리수거함 어디에 넣어야 할 지 모르는 쓰레기가 된다. 

드롱기 커피 머신은 예쁜 쓰레기라는 소리라도 듣는데 테무에서 산 물건들은 미운 쓰레기가 된다. 미운 쓰레기도 데리고 오려면 돈이 든다. 알리, 테무 열풍으로 정작 돈 버는 것은 페덱스FEDEX다. 해운은 중국 해운사들이 한국 해운사들보다 저렴한 운임을 제시하기 때문에 해운도 대부분 중국선사들 몫이다. 포장한 비닐, 보충재, 상자는 우리나라에서 처리해야 하는 몫이다. 

테무의 가장 큰 장점은 가격 경쟁력이다. 매주마다 업체 단가를 낮춘다. 생산자를 쥐어짠다. 가격을 낮추다 보니 재료, 제조과정 혁신도 하지만 연구, 개발, 디자인을 할 수가 없고 할 시간도 없다. 당장은 물건을 만들어 낼 수 있지만 지속하긴 어렵다. 

테무는 산타클로스 할아버지처럼 각종 신기하고 재밌는 물건들을 커다란 보따리에 가지고 와 우리나라에 풀어놓았다. 우리는 신기해하며 보따리 속에서 이 물건 저 물건 만져보고 뭘 가질까 고민하는 사이 제대로 세금 내고 운임 내고 안전, 위생 검사받고 물건 수입해 온 기존 판매상과 플랫폼들에게 날벼락이 떨어졌다. 평온하던 한국 온라인 생태계에 알리와 테무는 큰 자극이다. 새로운 것은 언제나 좋다. 새로운 것이 있어야 변화가 있고 발전이 있다. 기존 온라인 쇼핑 플랫폼에게 혁신과 개선이 필요했다. 알리, 테무가 주는 새롭고 신기한 물건들에 빠지다 보면 우리나라 온라인 쇼핑, 제조업은 고사될 것이다.

중국 온라인 플랫폼들은 신규 앱 마케팅 비용으로 평균 50위안 정도 생각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실제 앱을 사용하고 소비할 수 있는 인구를 4000만 명으로 추산하면 2억 위안이다. 중국 1선 도시 마케팅 비용 수준이다. 

중국에서는 초창기에 마케팅, 광고비로 돈을 쓰는 것을 돈을 태운다고 한다. 중국이 공격적으로 우리나라 온라인 쇼핑 시장 점유 확대를 위해 돈을 태우는 불길에 우리나라 온라인 플랫폼, 중소 제조업자를 포함한 자생력도 타고 있다. 

내가 마실 우물 다 마셔버리면, 남의 우물 가서 물 사 와야 한다. 우리나라 우물에 물 없으면 알리, 테무가 주는 물 마셔야 한다. 그들이 제시하는 가격대로. 아무리 우리나라 쌀 값이 비싸도 농사를 지어 어느 정도 식량을 자급할 수 있어야 하듯이 우리나라 온라인 쇼핑몰과 제조업 기반도 유지해야 한다. 아니면 우리 진짜 나중에 먹고 살 게 없다. 독이 든 사과를 먹은 백설공주는 멋진 왕자가 나타나 달콤한 키스로 깨워줬지만 우리에게 멋진 왕자는 없으니까. 

제갈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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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봉쇄를 기록한 <안나의 일기>, 봉쇄 해제 후 코로나 종식까지 과정을 기록한 < 안나의 상하이 이야기> 저자, 지금은 상하이에 관한 다른 이야기를 쓰고 있다. -blog.naver.com/na173515 -brunch.co.kr/magazine/apuresc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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