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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스토리 in 상하이] 눈에 보이지 않는 것

[2024-05-25, 06:09:29] 상하이저널
[사진=남을 의식하는 '정신적 소모'라는 뜻의 '精神内耗' 등장]
[사진=남을 의식하는 '정신적 소모'라는 뜻의 '精神内耗' 등장]
처음 상하이에서 운전대를 잡았을 때 어이없는 걱정을 했다. 내가 제대로 운전해도 건너편 차선에서 불쑥 내 쪽으로 덮치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자꾸 불안해졌다. 후에 운전이 조금 익숙해지고서야 그토록 단순한 사실을 터득하게 되었다. 길거리의 수많은 운전자 중에 나보다 운전이 미숙한 이가 거의 없다는 것을. 남 신경 쓰지 말고 나만 잘 하면 될 일이었다.

이와 다른 경우지만 너무 남을 의식하고 남한테 에너지를 쓰며 특히 내적 갈등과 불안감이 많은 이들이 있다. 중국에도 이런 사람이 많은 지 “精神内耗(정신적 소모)”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이런 내적 소모는 주로 지나친 사회적 경쟁에서 오는 스트레스라지만 위챗 모멘트를 늘 남편한테 받은 명품 선물들로 도배하며 부부간의 애정을 끊임없이 과시하는 이들이나 혹은 자신이 누리는 호화로운 일상을 실시간으로 공유해야 직성이 풀리는 이들도 내적 소모가 심한 부류가 아닌가 싶다. 

이렇게 뭔가를 늘 자랑해야 하는 이들은 세상이 자신들의 사랑을 몰라줄까 요란하게 알려야 하고, 또 주변인들의 영혼 없는 ‘좋아요’가 있거나 없는 것에 따라 마음이 롤러코스터를 타게 된다. 날마다 그런 내용의 모멘트를 대하는 이들도 피로감을 느끼지만, 자신의 화려한 선물과 화려한 삶을 주변에 부각해야만 존재의 의미를 느끼는 듯한 이도 사실 얼마나 피곤할까 싶다.

진정한 보물은 꼭꼭 숨겨두고 드러내지 않듯이 조심스럽게 마음에 담아두고 고이 간직하고 아끼는 것이 더 진실하고 소중한 감정이라는 게 지난 세기 70년대생의 고리타분한 지론이다. 받는 선물마다 혹은 선물이 아닐지라도 사치품을 꼭 온라인 공간에 전시해야만 하는 이는 어쩌면 자신과의 애착 형성이 덜 되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혹은 인간적인 외로움에 타인의 관심을 유발하려는 목적으로 이러한 과시 형태가 나타났겠다고 짐작해 본다.

보통 사람이 자신의 정당한 노력으로 자기 눈에 정말 이뻐보이는 명품을 사고 즐거워하는 행위는 지탄받을 일이 아니다. 단지 정말 나 자신을 사랑한다면 많은 명품을 걸쳐야만 내가 빛나 보인다는 생각 같은 건 안 할 거 같다. 한때는 남한테 다 잘하고 인정받아야 잘 사는 것인 줄 알았는데 결국 나 자신과의 관계를 잘 처리하는 것이 우선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요즘 다시 찾아 읽게 된 “어린 왕자”라는 동화책에서 여우는 어린 왕자에게 많은 이치를 알려주고 있다. 또한 무엇이든 잘 보려면 마음으로 봐야 한다고,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라고 일깨워주고 있다. 우리는 항상 눈에 보이는 것만을 추구해 왔기에 더 힘이 들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어린 왕자는 쓸쓸하고 슬플 때면 의자를 옮겨가며 하루에 해 질 녘 풍경을 마흔 세 번이나 볼 정도로 그렇게 오랫동안 조용히 외로운 마음을 달랬다. 인간은 기쁠 때도 슬플 때도 소란스럽고 무리 속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해야만 안도하게 된다. 

세상사가 고단하게 느껴질 때 우리도 별을 자주 바라보는 사람이 되는 건 어떨까. 별을 보다 보면 고요함과 평온함의 힘을 배우게 되고 우주의 장엄함과 경외심에 숙연해진다. 현재 요란하게 지지고 볶고 경험하는 일들이 결코 삶의 전부가 아님을 알게 된다. 그리고 문뜩 나 자신도 저 수많은 별 중의 하나였음을 경이롭게 느끼게 된다. 

소이(mschina052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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