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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안나의 일기>, <안나의 상하이 이야기>를 펴낸 제갈현욱(우리은행 금수강남지점 P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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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이라도 쓰면 내용이 늘고, 매일 쓰면 글이 는다.”
‘안나’, 그녀는 상하이 코로나 봉쇄 75일을 기록했다. 블로그는 매일 새 글이 업데이트된다. 5년짜리 다이어리를 쓰고 있다. 기록광, 정리벽, 강박증으로 끝날 뻔한 그녀의 글들이 모여 두 권의 책이 됐다.
‘안나 작가’라는 부캐를 가지고 있는 제갈현욱, 그녀의 본캐는 은행원이다. 프로 N잡러 시대에 글쓰는 은행원이 대수롭나 하겠지만 그녀의 글쓰기는 특별하다. 보통의 일상에 호기심 가득한 그녀의 한 줄에는 ‘시사’가 있다. 그렇게 그녀의 일기는 ‘기록’이 됐고, 그녀의 한권은 ‘역사’가 됐다. 그녀가 기록하는 이유는 “현대사의 큰 변화의 소용돌이 안에 보통사람인 내가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안나의 일기>, <안나의 상하이 이야기>를 펴낸 ‘안나 작가’, 자신의 경험을 기록하고 전달하는 ‘르포라이터’로 사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코로나 봉쇄 기록 <안나의 일기>에 이어 1년 여 만에 두번째 책 <안나의 상하이 이야기>을 출간했다. 소감을 전한다면.
상하이는 코로나 봉쇄 해제 후에도 간헐적 봉쇄, 격리가 계속됐고 우리 생활은 코로나 그 자체였다. 계속된 제로코로나 정책으로 글을 계속 썼다. 쓰다 보니 책 한권 분량이 됐다.
본업과 무관한 ‘코로나’를 콘텐츠로 선택했다. 계기나 이유는?
지금, 내 앞에 있었던 것이 코로나였기 때문이다. 그 전에도 일상과 여행에 관한 글을 소소하게 써왔다. 산동성 취푸(곡부)에서 살 때는 <산동에서 쓴 편지>, 한달 살았지만 하얼빈에서 <하얼빈리포트>, 2011년부터 베이징에서 살 때 <디테일 베이징> 등 시리즈로 글을 써왔다. <안나의 일기>는 베이징에서 상하이로 오면서 쓰기 시작한 글이었다. 매일 글을 쓰게 만들어줬으니 봉쇄가 나에게 준 유일한 혜택(?)이라고 해야 할까.
‘안나’ 시리즈 두 권 모두 직접 경험하고 조사해서 출판한 ‘르포라이터’의 책이라 할 수 있다. ‘기록’이 습관이 되지 않으면 어려워 보인다.
베이징에 있을 때 북키맘 카페 활동을 활발히 했다. 당시 고객들에게 설명해야 하고 자료를 줘야 해서 은행 관련 수많은 자료를 만들었다. 고객이 이해할 수 있는지가 중요했다. 이때 알게 모르게 상당한 글쓰기 연습이 된 것이다. 또 여행을 좋아해서 네이버 블로그에 여행과 생활에 대한 글을 꾸준히 써왔다. 시작은 소소한 글쓰기였다. 지금은 어떤 현상이나 사실을 보고 느낀 것을 나름대로 해석하고 자료 조사와 공부를 통해 글로 만드는 일이 습관이 됐다.
상하이 봉쇄 전에는 이렇게까지 기록을 남기겠다는 강한 의지가 없었다. 이제는 외국인으로 중국에서 살았던 경험과 느낌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졌다. 돈 있고 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만 역사가 아니라 보통 사람들의 삶도 역사니까. 현대사의 큰 변화의 소용돌이 안에 내가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주문형 출판 POD(Publish On Demand) 방식으로 펴냈는데, 제작 과정이 궁금하다.
POD를 선택한 이유는 재고와 자원낭비를 하기 싫어서다. 기존 출판 방식은 어떻게든 재고가 발생한다. 출판사를 접촉하거나 1인 출판사를 만들려면 시간과 품이 많이 드는데 직장인으로 그렇게까지 하기는 힘들었다. 주문하면 책을 찍는 방식이라 재고와 자원 낭비가 없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초기 비용도 없고 원고 수정도 가능하다.
단점은 본인이 모든 걸 다 알아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첫 번째 <안나의 일기>를 제작할 때, 실수를 여러 번 했다. 두 번째 <안나의 상하이 이야기>는 좀더 수월했지만 실수는 여전했다. 표지 디자인은 아무래도 전문가가 하는 게 좋지만, 내지 디자인과 편집은 외주를 줄 수도 있다. 이번 책의 표지 디자인은 상하이에 사는 문정리 님이, 그림은 보부장 님이 도와줬다. <안나의 상하이 이야기>는 상하이에 사는 우리가 만든 책이라고 자랑하고 싶다.
글쓰기를 좋아하고, 책 출판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나도 아마추어라 누구에게 조언할 수준은 아니다. 글은 자기를 위해 쓰는 것이다. 상하이 봉쇄 과정 동안 글쓰기를 통해 스스로를 위로하고 버틸 수 있었다. 지금도 글을 쓰면서 정리하고 공부하는 과정이 좋다. 자신을 위해 글을 써 보라고 얘기하고 싶다. 사람은 그렇게 자율적이지 않다. 어느 정도 시간을 정해야 한다. 쓰는 시간을 정하면 분량은 자연스레 는다. 먼저 한 줄이라도 쓰고 나면 고치면서 내용도 늘어난다. 처음부터 책 한권 분량 쓰겠다는 생각보다는 매일 글을 모으다 보면 늘게 돼 있다.
POD 방식 책들은 특수분야 전문서적 위주다. 소위 돈 안되는 책도 있고 아마추어들이 쓴 책도 많다. 사람이 돈만으로 살 수 없듯 모든 책이 꼭 돈이 되어야 하는 것 아니다. 기존 출판 방식에 얽매이지 말고 자신만의 기록과 자료를 만들고 남겨 보라고 권하고 싶다.
앞으로의 계획은?
지금 독서모임 두 개, 스터디 모임 두 개를 하고 있다. ‘여경야독’(오프라인)은 매달 한 권, ‘지경모’(온라인)에서 매달 두 권을 읽는다. 스터디 모임 ‘시소’(오프라인)는 매달 1회, ‘SEB’(오프라인)은 시즌제로 하고 있다. 책도 편식하고 공부도 편향되기 쉽다. 남이 차려주는 밥이 맛있듯이 남이 골라주는 책도 맛있다. 나라면 절대 선택하지 않을 그런 책을 읽는 게 좋다. 공부도 내 분야 말고 다른 분야를 할 수 있어 상하이 생활이 즐겁다.
지금 시즌 3 <상하이에서 쓰는 편지>를 쓰는 중이다. 또 <뻔하지 않은 상하이>라고 상하이에서 특색있는 여행지를 소개하는 책을 쓸 것이다. 올해는 <두 나라의 은행원> 한-중 양국에서 은행원을 해본 경험과 에피소드를 쓸 계획이다. 장기 프로젝트로 <오래된 현재>로 해외 교민들의 삶과 더불어 사는 교포 분들의 이야기를 쓸 생각이다. <오래된 현재>는 아주 긴 현재형이 되지 않을까.
고수미 기자
안나의 일기 - 상하이 봉쇄 75일 간의 기록(左)
안나 (지은이) | 부크크(bookk) | 2023년 2월
안나의 상하이 이야기(右)
안나 (지은이) | 부크크(bookk)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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