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새로 출간된 도서들 중 가장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책은 하오징팡(郝景芳) 작가의 <인간의 피안 (人之彼岸)>이라는 소설이 아닐까 싶다. 2016년 ‘SF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휴고상 최우수 중편소설 부문을 받으며 세계적인 입지를 다진 그녀의 신작 소설은 국내외로 번역 출간됐다. 신기하게도 바로 이전해 인 2015년에도 중국 ‘류츠신(刘慈欣)’이 <삼체(三体)>라는 소설로 동양인 최초로 휴고상 최우수 장편상을 수상하며 2년 연속 중국 작가들이 휴고상을 받게 됐다. 두 소설가뿐만 아니라 샤자(夏笳), 탕페이(糖匪), 천치우판(陈楸帆) 등 중국 SF 소설가들의 작품이 각 국으로 번역돼 인기를 끌고 있다. 전 세계가 중국 SF 소설들에 열광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간의 피안
하오징팡 | 은행나무 | 2020년 4월
사회문화적, 과학적인 변화가 급격히 이루어졌던 20세기 중반은 세계적인 SF계의 거장 ‘아서 C. 클라크’, ‘아이작 아시모프’, ‘알프레드 베스터’, ‘제임스 블리시’, ‘로버트 A. 하인라인’ 등과 같은 작가들이 상상력을 펼쳐 미래를 표현해내기 좋은 상황이었다. 우주 탐사, 핵개발 소재들은 영감이 필요했던 작가들에게 SF 소설이라는 장르의 입지를 굳건히 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중국 내에서 최근 몇 십 년 동안 일어난 사회 전반적인 급격한 변화들은 이것과 비슷하게 작가들이 새로운 세상을 창조해내는 데 큰 발판이 됐다.
또한 ‘중국 SF 소설’이라는 것만으로도 무언가에 매료되는 느낌을 받는다. 실제 넓은 영토, 많은 인구가 소설로도 재현된 것처럼 느껴진다. 중국의 방대한 역사와 최근 발전된 모습의 조화는 독자들에게 신비로움을 더한다. 영화로도 제작됐던 류츠신의 소설 <유랑지구(流浪地球)>의 첫 부분에서는 ‘산’만큼 엄청나게 큰 엔진을 이용해 지구의 자전을 멈추고, 태양이 폭발하는 동안 지구를 태양계 밖으로 옮긴다. 독자들은 이러한 ‘대륙의 스케일’을 갈망했던 것은 아닐까.
삼체(3권)
류츠신 | 단숨 | 2013년~2019년
‘중국’이라는 거대한 존재 내부에서 직접 그려낸 인류의 미래와 여러 철학적 생각들은 소설을 읽을 때 더욱 기묘하면서도 미래주의적인 느낌을 강하게 준다. 중국의 특별한 상황은 중국 소설가들이 자기 자신의 주장을 표현하는 방식에도 변화를 줬을 것이다. 이러한 중국 소설 전반적으로 보이는 풍조는 독자들에게 읽을 때마다 새롭고, 언제 읽어도 다르게 읽히는 경험을 선사한다.
실제로 휴고상을 받았던 류츠신의 소설 <삼체>에서는 다가오는 외계인의 침략에 두려워하고 있던 찰나에 ‘반항적 학술 권위자’로 무고하게 희생됐던 과학자의 아들이 인류에 대한 경멸을 느끼며 근처 태양계 외계인들을 불러들인다.
SF계의 새롭게 부는 중국 소설 바람은 우리가 그리는 인류의 미래가 더 이상 서양 문학에 국한되지 않게 만든다. 또한 중국이 세계적인 나라로 성장해가며 입지가 굳건해진 현재, 중국 SF 열풍은 중국 작가들이 탐험하는 인류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지 독자들에게 보여준다. 어쩌면 정말로 우리의 미래가 될 수 있는 중국 SF 소설, 올 여름 한 번 경험해 보는 것은 어떨까.
학생기자 유영준(상해중학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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