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500세대 2000여 명 미입국
비대위, 전세기 운항 협상 중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가지 못했어요. 한국 가면 돌아올 수 없으니 아이들을 두고 갈 수가 없네요.”
“건강이 악화된 아내가 정밀진단을 받으러 한국 가는데, 함께 가주지 못하고 공항에서 쓸쓸하게 아픈 아내만 혼자 보내야 했습니다.”
“수술 때문에 남편과 함께 급히 한국으로 왔는데 발이 묶였어요. 상하이에서 석 달째 아이들끼리만 지내고 있고, 여름방학도 애들끼리 보내야 한다고 생각하니….”
“3월에 상하이에서 10학년에 진학하려고 한국서 고등학교 진학신청을 하지 않았어요. 현재 아이는 중졸 상태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도 방법이 없네요.”
코로나19로 한•중 이산가족이 된 교민들의 절절한 사연들이다. 위챗 미입국자방 운영자에 따르면, 상하이지역 미입국자는 2000여 명, 약 500세대, 쑤저우는 500여 명, 약 230세대로 추정된다. 유학생까지 포함하면 그 숫자는 훨씬 웃돈다.
회사를 장기간 비워 사업체가 존폐 위기에 놓인 사장님들, 가족 어른들의 임종과 장례를 지키지 못해 속타는 교민들, 건강상의 이유로 한국으로 가지만 돌아올 날을 기약할 수 없는 부부들, 불가피하게 부모님이 한국 가서 아이들만 지내는 가정들. 9월 학기에 학교로 돌아가지 못할까봐 전전긍긍하는 학생들….
말 그대로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됐다. 교민들은 코로나가 금방 안정화돼서 외국인 입국 제한조치도 곧바로 풀릴 것으로 기대했다. 이렇게 장기화될 거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더구나 언제 해결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지금이 심리적으로 더 힘들다는 것.
한중 신속통로로 중국 입국하는 기업인들
양국 정부의 노력으로 ‘한중 신속통로(패스트트랙)’를 운영하고 있지만 자격 요건이 까다로워 일반 중소기업 자영업자들은 신청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다행히도 6월 중순부터는 거주지 구(区)정부로부터 초청장을 발급받아 일반통로로 입국이 가능해진 교민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항공편이 걸림돌이 됐다. 어렵게 좌석을 확보해도 편도 항공료가 약 5만 위안(900만원) 정도로 평소의 약 40~50배 가량 올랐다. 이렇게 발급된 비자는 유효기간 최대 3개월, 최장체류기간 150일(5개월)로 항공편을 구하지 못해 기한을 넘기게 될까 우려된다.
“비자 유효기간이 9월까지인데 비행기가 없어서 들어가지 못하고 있어요. 중국회사인데다 늦어도 8월까지는 들어오라고 하는데 실직될까 걱정입니다.”
“한국 본사 소속 중국인 직원이 회사 사정상 반드시 중국에 입국해야해서 며칠 전 편도 항공료를 한화 약 1000만원을 들여 구입했어요. 그나마 중국인 직원이라 입국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해야겠지만 너무 심각해요.”
항공편과 항공료로 애타는 교민들의 사정은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공감을 얻고 있다. ‘하루 빨리 중국으로 입국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청원은 시작한 지 5일만인 6월 26일 현재 2460명이 참여했다. 청원을 올린 주인공은 5개월째 한국에 발이 묶여 있으며 6월 초에 어렵게 비자를 받았으나 항공편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 정부차원에서 해결에 나서주길 바라고 있다.
(www1.president.go.kr/petitions/Temp/d5gba9)
현재 위챗을 통해 입국예정자들의 사정을 살피고 있는 민관합동 코로나19 상하이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최근 비자를 발급받은 교민들이 늘면서 전세기 운항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자 항공사와 협상에 나섰다. 또한 상하이총영사관도 현재로선 정부(영사관)에서 전세기를 추진하는 것이 어렵지만 민간차원에서 전세기 운항을 진행하면 적극 돕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위챗 입국예정자방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봉현준 씨는 “현재 비대위에서 항공사와 전세기 운항을 협상 중에 있다. 코로나19 우려에 따라 300석 중 70% 좌석만 가능해 약 230석 예상하고 있고, 한국으로 회항하는 좌석도 약 100석을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상하이와 쑤저우 지역 교민들을 대상으로 230석은 무난하리라 예상하고 한국행 좌석 역시 고3 학생들 수요가 있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협상도 쉽지 않지만 격리 호텔 확보,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초청장 중단 우려 등 여러 난관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현재 초중고 학생이 있는 가정의 경우는 9월 전 입국이 시급한 상황이다. 장쑤•저장성은 가족만 있는 경우도 비자를 발급해주고 있으나 상하이는 아직 발급 사례가 없어 안타까움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이산가족이 된 교민들, 민관이 함께 적극적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고수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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