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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 한 여름 장구와 북의 신명 나던 추억

[2020-08-28, 10:54:37] 상하이저널

한풍제 퍼레이드와 히어로 역사연구회 자원봉사를 마치며


8월 15일 광복절 기념으로 한국 문화를 알리고 전시하는 ‘한풍제(韩风节)’가 홍췐루에서 열렸다. 우리나라 전통 악기에 관심 있는 상해중학 한국 학생들은 장구팀을 만들어 작년 5월부터 장구를 배워오고 있었다. 마침 우리의 활동을 아시는 분들의 제안으로 한풍제 개막식에서 북과 장구 연주로 퍼레이드에 참가하게 됐다. 또한 히어로 역사연구회의 우리 문화 알리기 체험 부스에서 사물놀이 연주 봉사를 할 기회가 생겼다. 

처음 봉사활동에 대해 들었을 때는 무척 설레고 기대가 되었다. 그 동안 연습해왔던 장구 실력을 많은 사람들 앞에서 선 보일 수 있고, 특히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우리 전통 악기를 가르치고 같이 연주한다고 생각하니 마냥 설레기만 했던 것이다. 우리의 머릿속엔 이미 북적북적한 분위기에 모두가 우리를 둘러싸고 길 가던 사람들도 한번씩 쳐다보게 되는 그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한풍제 개막식은 저녁 시간이었지만 8월답게 한여름 땡볕이 내리 쬐고 있었다. 더위와 매고 있는 악기의 무게와 많은 인파로 인해 정신 없이 퍼레이드를 마쳤다. 많이 지쳤지만 오랜만에 만난 장구팀 친구들과 함께 연습을 하고 뭔가를 해냈다는 성취감으로 다들 신이 났다. 

히어로 역사연구회 한국전통악기 체험 현장에 처음 도착했을 때는 주변에 사람도 별로 없었고 돗자리에 악기들만 놓여있었다. 조금 당황했지만 우리 팀원들은 옷을 갈아입고 장구와 북으로 그동안 배운 가락들을 쳐보기 시작했다. 관객과 우리가 서로 어색한 상태로 작은 공연을 하게 되었고 소리를 들은 행인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한풍제 기간 동안 우리 팀원들은 각자 여유 있는 시간에 히어로 역사연구회 부스를 찾아 봉사활동을 하기로 했다. 

우리가 두 번째 봉사하는 날이 찾아왔다. 이번에는 마음의 준비도 더 단단히 하고 우리끼리 신나게 연주해 보자는 마음으로 공연을 시작했다. 그 동안 배운 장구와 북 외에도 새로운 악기, 징과 꽹과리를 접하게 되었다. 우리는 ‘작은 공연’을 했고 히어로 역사연구회 부스는 가장 많은 관객들이 몰리는 곳이 되었다. 

이번 활동의 목표는 중국인 관객들에게 악기를 가르쳐주고 같이 합동 연주를 하는 것이었다. 사실 우리는 처음에 쑥스러워 주저하면서 그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 한 선생님께서 꽹과리와 징을 양손에 하나씩 들고 앞으로 나아가 관객들과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한번씩 쳐보라고 권유를 하셨다. 사람들은 체험을 하고 치는 방법을 배운 뒤 우리와 함께 연주를 했다. 가끔씩 어린 아이들도 악기에 관심을 보였다. 치는 법을 간단히 가르쳐만 주어도 아이들은 우리의 장단에 맞춰 실력을 발휘했다. 어린 아이들의 연주에 사람들은 급격히 몰려들었고 우리는 어느때보다 많은 관객들과 함께 이 공연을 즐겼다. 

또 우리가 다들 학생들이어서 그런지 더 많은 관심을 받았다. 우리는 우리가 관객들에게 마음을 열어야지 관객들도 우리에게 마음을 열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먼저 친절한 미소로 다가가야 한다는 것을 현장에서 배웠다. 정신 없이 악기를 치고 나면 팔과 어깨가 아파서 움직이기도 힘들 정도가 되었지만 정말 보람찼다. 우리로 인해 중국인들에게 한국 전통 악기와 문화가 전파되고, 신명 나는 좋은 영향을 조금이라도 끼쳤을 것이라고 믿는다. 또한 우리도 코로나 바이러스로 별 특별할 것이 없이 무료하게 보내던 여름방학 끝자락에 보람되고 우리도 성장할 수 있는 근사한 추억을 만들 수 있었다. 상중 장구팀 파이팅! 

김리흔(상해중학 9), 김리겸(상해중학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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