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청두의 한 택배 집하장에서 살아있는 동물이 들어있는 택배 160여 건이 발견되어 논란이 되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입’한 것으로 일명 ‘애완동물 랜덤박스’였다.
6일 계면신문(界面新闻)에 따르면 캐릭터 제품에서 마케팅 방법으로 많이 쓰이는 랜덤박스 혹은 럭키박스 방식이 애완동물 시장에까지 퍼졌다. 즉 저렴한 가격으로 애완동물을 사고 싶어하는 소비자 욕구를 판매자가 법망을 교묘히 피해 악용하고 있는 것이다. 랜덤박스에 들어가는 동물은 장애가 있거나 이미 질병을 앓고 있는 경우가 많다. 흔히 구매 후 1주일 정도면 죽거나 아프기 시작한다는 의미에서 싱치마오(星期猫), 싱치거우(星期狗)라는 이름이 붙기도 한다.
지난 3일 저녁 9시 청두시의 한 애완동물 구조 센터에서는 중통택배(中通) 집하장에서 160여 개의 애완동물 랜덤박스를 발견하고 이를 공론화했다. 해당 택배는 선전, 광저우, 구이린, 란저우, 쿤밍 등으로 배달하기 위해 기다리다가 덜미가 잡혔다. 켜켜이 쌓인 물체에서는 고양이, 강아지 우는 소리가 뒤섞여 있었고, 일부 누리꾼들은 해당 영상을 듣자마자 “지옥의 소리”라며 소스라치게 놀라기도 했다.
모든 택배를 열어본 결과 상황은 더욱 암담했다. 이미 4마리의 애완동물은 숨이 막혀 질식한 상태였고 한 박스에 3마리를 함께 넣은 경우도 있었다. 동물들이 이동 도중에 배변 실수를 막기위해 발송 하루 전에는 물이나 음식물을 주지 않았다. 동물구조센터에서는 이 같은 내용을 고발했고 웨이보 등 중국 SNS에서는 애완동물 랜덤박스 근절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다.
그러나 현재까지 동물 랜덤박스 판매는 여전했다. 판매하는 동물은 고양이와 강아지 외에도 새, 거북, 햄스터, 전갈 등 다양했고 심지어 말, 양, 여우 등까지도 랜덤박스 형태로 판매했다. 고양이 랜덤박스는 20위안, 여우 랜덤박스는 200위안에 불과했다.
판매자, 구매자 모두 문제지만 구매 이후가 더욱 문제였다. 실제로 수령 후 애완동물의 상태가 마음에 들지 않은 경우 반품이 가능하다. 반품되어 돌아온 후에는 판매자 조차도 방치하는 경우가 많고 하루에만 최소 십여 마리의 동물이 목숨을 잃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동물 랜덤박스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자 이번에 랜덤박스를 운송한 중통택배까지 도마위에 올랐다. 그러나 중통 측은 사과문을 올려 해당 택배 영업소의 영업을 중단시키고 쓰촨성 관리센터의 택배 집하장 책임자에 대한 정직처분을 약속했지만 여전히 여론 분위기는 싸늘하다.
이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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